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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화를 위한정보지 “문화도시 문화복지”의 나의제안……
admin - 2003.02.12
조회 2474

공공문화기반시설의 반성과 미래

■ 김보성(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장)

문화센터를 웨딩홀로?

필자가 부천시 문화정책 전문위원으로 일을 시작할 때인 1999년 8월경의 일이다. 마침 부천은 ‘문화도시 건설’을 전면에 내걸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쳤고, 필자를 포함한 몇몇이 지역 ngo의 추천으로 문화정책 및 실행 업무를 맡게 되었다. 마침 개관한 지 반 년 정도 된 복사골문화센터의 활동계획을 점검하던 중 심각한 문제를 만난다.

이 문화센터 건물은 시설관리공단 산하의 시설이었는데 수입 증대를 위해 맨 꼭대기 6층에 웨딩홀을 꾸며 임대를 줄 계획이었다. 공공문화센터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웨딩홀 유치계획이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되었다. 이미 사업계획이 완료되어 절대 변경할 수 없다는 시설관리공단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는 극한 대립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웨딩홀 설치 계획을 철회시켰고, 성공 가능성에 대한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인형극장 시설을 꾸몄다. 한편 문화센터 강좌에 인형극 강좌와 인형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졸업하는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인형극단을 창단, 어린이인형극장에서 활동하도록 하여 현재는 지역 어린이들의 유익한 문화체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문화사업본부 역시 발족 1년여만에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분리하여 문화재단으로 독립시키고 복사골문화센터와 시민회관을 직접 직영하고 있다.

앞의 사례는 우리나라 공공문화기반시설의 현실에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공공문화시설 운영자와 담당 공무원들 대부분이 공공문화시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려보다는 경영성과 중심의 공간 운영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를 ‘산업’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는 순수문화예술 진흥정책의 향방에도 영향을 주어 경영효율로 문화시설의 운영 능력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확산시키고 있다.

경영효율로 문화시설의 운영 능력을 평가

이러한 경향은 강좌 프로그램 구성에도 나타난다. 민간 상업영역에 해당되는 외국어나 컴퓨터 강좌, 독서실 운영 그리고 부업강좌 등을 공공문화시설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또는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의 봉사라는 의미에서 저가로 개설하여 결과적으로 민간업자들을 도산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대형 유통점의 문화센터와 공공문화시설이 프로그램 상의 차별성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나아가 공공문화시설 상호간의 설립 목적상의 뚜렷한 차이가 있음에도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특성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도 있다. 많은 지자체에서 문화시설을 시설관리공단의 관할로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둘째, 공공문화시설 운영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소신행정을 확립하고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1998년부터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평가작업이 시작된 것이 운영 담당자들의 직간접적 교육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직접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대안이 필요한 듯하다. 우수기관 선발이라는 경쟁방식의 평가보다는 문화기반시설 각각의 특성화 프로그램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보고하는 대회가 되어, 프로그램의 개발과 공간 기능의 특성화를 위한 정보의 소통과 공유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공공문화기반시설들이 공조직의 예산 지원을 받는 산하기관이다 보니 수평적 협력관계는커녕 담당 부서 공무원들의 종속적 지위인 지도관리의 대상으로 격하되고 있는 현실에서 운영 담당자들의 독립적 위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위가 낮다보니 능력 있는 외부 전문가의 영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시설 운영과 정책 수립을 놓고 갈등이 생겼을 때 신속하고도 명확한 개입을 통해 문제를 조기 수습할 만큼 안목 있는 행정 최고 책임자의 확신 있는 정책 의지가 실재하는가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해당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고려하지 못해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는 이제는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시설이 전용 인형극장 외에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문화사랑 카페, 문예자료실, 어린이 전용 도서관 등이 있다. 그러나 만약 시설 도입 초기에 공공행정의 규정대로 시설 예산에 근거한 결재 과정을 따랐다면, 이런 시설은 절대 만들어질 수 없었거나 만들어졌어도 현재처럼 좋은 시설로 인정받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관행과 규칙을 거슬러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실에서 훗날 받게 될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목을 믿으며 소신껏 밀어붙일 수 있는 전문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예산과 인사의 독립성을 위해 문화시설을 사단법인 혹은 재단법인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이고, 법인화가 되어도 여전히 행정기관의 일상적 감독과 관리 아래 통제를 받고 있는 현실이 공공문화시설의 현 상황이다.

셋째, 공공문화시설과 지자체(또는 지역) 문화환경 조성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지역별 특성화 및 지역문화환경을 고려하기보다는 표준화된 시설의 동일한 적용을 하다보니 해당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공연시설로 공연장(종합공연장·일반공연장·소공연장·야외공연장·야외음악당)과 영화관, 전시시설로 박물관·미술관·전시실·화랑·조각공원, 도서관시설로 도서관과 문고, 지역문화복지시설로 문화의 집·문화체육센터·복지회관·청소년시설, 문화보급전수시설로 문화원·국악원·전수회관 등이 있다(이상은 문화예술진흥법에서의 문화시설의 종류이다. 행정자치부가 주관 부서인 ‘주민자치센터’는 빠져 있다). ‘문화의 집’의 경우, 처음 계획에는 대도시형·중소도시형·농어촌형 등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사업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이것 역시 사후 감리 기능의 부재로 효과적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상의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고유의 특성화조차 이루지 못하면서 시설간, 시설과 공간간의 유기적 연결이 미비하고 주무 행정기관끼리도 서로 협조체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보다 바람직한 공공문화기반시설의 미래상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해보자.

먼저, 공공문화기반시설은 사회적 공공재로서 문화와 예술의 공익적 역할을 실현하는 구체적 공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민간상업영역의 침해가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하고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민간영역에서는 돈벌이가 되지 않기에 하지 않는 인문과 문예 분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연구 개발에 있어서도 예산과 인력의 중복 투자를 피하기 위해서 네트워크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가장 최소단위의 문화공간은 해당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실천 프로그램 중심의 연구 개발에만 몰두하고 구·시·광역·중앙정부로 올수록 자기 지역의 지원센터 역할을 자임하며 각각의 관할 영역에 필요한 정책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운영 전문인력의 양성과 교류 등을 분담해야 한다.

특히 공공문화영역은 스스로 자기완결적 업무 구조를 갖추기보다는 자발성에 기초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민간영역의 연구활동 환경을 지원하고 그들의 다양한 활동이 활성화되는 데 일조해야 한다. 일부 민간영역에서는 오랜 기간 관에 의존해 유지되면서 스스로 문화정책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개발 능력을 갖추어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의 공익적 가치 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 약자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 실시해야

다음으로 공공문화기반시설은 사회적 약자(특히 경제적 빈곤층)를 위한 문화복지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시하여야 한다. 필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본권으로서 평생학습을 받을 권리와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할 권리, 즉 ‘학습권’과 ‘문화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반 국민의 보편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권리이지만 특히 홈리스를 비롯한 경제적 빈곤층과 노인 등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특성화된 공공문화기반시설별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공공문화기반시설은 미래의 관객인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공교육 체계와의 공조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광역단위의 기반시설일수록 지역 내 문화예술 종사 인력을 위한 재교육체계를 민간 전문기관과 협동으로 마련해야 한다. 운영 인력의 전문성 심화, 프로그램 개발자 및 운영자 양성 등 인력 개발계획을 중시하여야 한다. 전문인력의 양성과 양성 프로그램의 지속적 연구가 이루어지면 문화기관별, 공간별 업무 공유 및 특성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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