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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문화예술 2007년 가을호 발간
admin - 2007.10.16
조회 1602
‘문화나눔’은 세상을 춤추게 한다
▶ 뺄셈의 문화나눔을 넘어, ‘덧셈과 곱셈’의 문화나눔의 세상을 향해!
▶ 소외계층 ‘인문학 교육’ 집중 조명 거버넌스 비판적 성찰 등 기획 신선


문화나눔의 향기가 세상을 춤추게 할 수 있을까?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은 ‘문화+나눔’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기전문화예술』 가을호(통권 제49호)를 발간했다. 빈부 격차 심화 등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문화적 대안으로 ‘문화+나눔’의 가치 확산을 적극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임철우 교수(소설가?한신대 교수)는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 사례에서 촉발된 시민(소외계층) 인문학 교육에 참여한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담히 풀어냈다. 임 교수는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교육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최준영(도서평론가)은 인문학과 인문학자의 위기를 돌파하는 사회적 대안은 나눔의 본질적 의미를 일깨우는 ‘지식 나눔’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식 나눔의 실천적 사례로 영국의 ‘빅이슈(big lssue)재단’과 같은 사회적 기업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한국 사회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한다. 소외 계층을 위한 인문학 과정과 노숙인의 생계를 돕는 ‘한국형 빅이슈’에 글을 보내는 것 같은 지식 나눔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노동자 마붑 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이 ‘다른 문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김영혜(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연구위원)는 이미 시작된 새로운 내일을 위한 다문화사회의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고영직(재단 전문위원)은 소외계층을 위한 공공미술 정책과 탈북 청소년의 습작시 분석을 통해 우리 안의 소수자들이 결코 내면이 거세된 별종(別種)의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제기한다. 그는 문화적 재현수단이 없는 우리 안의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발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와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통탄해서도 안 되고, 비웃어도 안 되며, 혐오해서도 안 된다. 오직 이해하는 것만이 필요하다.”(스피노자) ▲정여울(문화평론가)은 「이것은 만 원이 아! 求蔑뭉遮 에세이에서 ‘만 원의 유토피아’를 위한 사회적 상상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번호 『기전문화예술』에서 눈길을 끄는 기획은 ▲하승우 교수(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의 「배반의 거너번스, 변화는 가능한가?」이다. 하 교수는 이 글에서 참여와 분권을 표방한 한국형 거버넌스의 실험이 민주적 과정이 생략된 배반의 거버넌스로 전락함으로써 ‘거버넌스의 민주화!’가 요구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하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참여예산제도와 전북 진안군의 마을 가꾸기 사업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대중의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요한 것은 거버넌스에 관한 이런저런 담론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하는 수많은 실천들이다.”

〔문화에세이〕 기획에서는 ▲김병오 교수(전주대)의 김수철론, ▲최춘일(재단 지역정책팀장)의 미술관/박물관의 기능전환론, ▲고영직(재단 전문위원)의 베트남 신세대 여성작가 응웬옥뜨의 소설 『끝없는 벌판』 리뷰, ▲아스마 알골(팔레스타인 여성작가)의 에세이도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특히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구 출신의 아스마 알골의 에세이는 자기의 땅에서 추방된 여성작가의 슬픔과 가족과 민족에 대한 가없는 사랑의 마음이 읽혀진다. “더 나은 미래가 우리에게 올 것인가?”라는 아스마의 질문 앞에, 누가 그 답을 알려줄 수 있을까?

〔문화현장〕또한 내실 있는 기획이 시선을 모은다. ▲백기영(미디어 작가)은 백남준아트센터의 개관을 앞두고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국제교류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으며, ▲김태철(시인)은 시화호 20주년을 맞아 시화호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성찰하고 있으며, ▲오세형(재단 전문위원)은 일본 내 지역문화 공간 탐방에서 느낀 문화단상을 밀도 있게 적고 있다.

무엇보다 ▲임규찬 교수(성공회대)의 강연록 「신영복과 文(學的)이라는 것」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비롯한 여러 텍스트에 나타난 신영복 선생 글의 매력은 ‘성찰의 힘’과 ‘고전의 현대화’라는 특유의 사유 전략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의 글은 단순히 문학에 포섭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큰 글, 큰 문학’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한다. 창조적 생성을 위한 새로운 사유와 미학이 어느 때보다 실천적으로 절실해진 이즈음, 임규찬의 강연이 적잖은 참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에 관한 ▲이성혁(문학평론가)의 심층 북리뷰와 함께, 『진보의 미래』와 『나눔』에 관한 ▲강성민(출판기획자)의 북리뷰 또한 공존과 나눔에 대한 사유의 경계를 모색하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나눔에 관한 우리의 이해 수준은 ‘뺄셈의 나눔’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문화나눔’은 뺄셈의 나눔을 넘어, 덧셈(+)과 곱셈(×)의 나눔으로 질적 전환할 수 있는 길이 문화를 나누고 지식을 나누는 행위에서 충분히 가능해질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감동이 없는 세상에서 ‘문화나눔’이 세상과 소통하고 나누고 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가치가 될 수 있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나눔은 세상을 춤추게 한다!
첨부 : 표지 사진
문의 : 031)231-7234

■ 주요 내용 발췌
① 반 년여의 인문학 과정 기간 동안 나는 행복했다. 졸업식에서 수강생 분들 역시 그러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그들보다 훨씬 많은 걸 배운 쪽은 바로 나였다. 얼 쇼리스의 말처럼, 그 특별한 시간들은 ‘가르치는 사람 역시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고, 타자와의 올바른 관계 맺기를 배워가는 과정’ 이었음을 내게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보완해야 할 것, 준비해야 할 것 또한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시작은 늘 ! 어려움을 동반하는 법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일임을 나는 믿는다.
– 임철우, 「나를 깨우쳐 준 인문학 수업」, p.12

② 세계는 이미 국경이 별 의미 없는 글로벌 시대가 되고 있다. 자국의 자력만으로도 살아갈 수 없고 세계 속에서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며, 혼자만 살아갈 수 없고 서로 같이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은 스스로 아시아의 자존심이자 대표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같은 형제로서 같은 아시아 사람들에 대해 좀 더 큰 책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까운 나라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 속! 【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 사람들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 마붑 인터뷰, 「문화로 소통하는 이주노동자 세상」, p.35

③ 시(또는 예술)는 마음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안의 하위주체가 된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어떠한 문화적 재현 수단도 갖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장場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비국민의 ‘남한주민 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원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지 않는가. 존 버거가 산문집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에서 말했듯이, 시는 기업 보고서와 동일한 낱말을 사용하지만 하나의 ‘작은 신神’의 역할을 확인하고 약속하며 충족시키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언어야말로, 외치고 요구하는 그 경험들을 받아들이고 깃들이게 하는 안식처라는 사실에 대한 약속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고영직, 「‘생의 북쪽’을 건너는 법: 탈북 청소년들의 습작시를 읽고」, p.44-45

④ 폭주하는 시장을 제어하고 국가주의적인 발상을 포기하지 않는 국가를 민주화(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지나간 단계가 아니다)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국가나 시장 내부에서 그런 힘이 자생적으로 생성될 수 없다는 점은 이제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힘은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를 통해 생길 수밖에 없고, 시민사회의 역량은 대중이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때에만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성장은 한국사회가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그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거버넌스(governance)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대중의 역량이 강화될 때에나 가능하고, 그럴 때에만 거버넌스는 ! 민주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는 그 무엇도 미리 속단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거버넌스에 관한 이런저런 담론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하는 수많은 실천들이다. 지금 수준에서 천천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 하승우, 「배반의 거버넌스, 변화는 가능한가?」, p.89

⑤ 한국의 자연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나는 이곳이 나의 고향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나의 고향은 나무들도 사라져버린 황폐한 곳이다. 이스라엘 점령 하에서 나무들은 뽑혔으며 농장은 파괴되었다. 왜? 점령군은 언제나 전사와 무기들을 찾아내려 한다. 하지만 왜 나무들을? 그들은 새로운 세대에게 그곳을 추한 곳으로 인식시키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게 하려 했다. 더 아름다운 곳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내 고향은 아니다. 그곳은 사르판드 알라마르가 아니고, 라파 캠프가 아니고, 가자 시가 아니고, 칸 여니스에 있는 자랄 거리가 아니며, 자발리 옆에 있는 알트란스가 아니다. 가자 지구야말로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땅이다. 나는 그곳의 냄새들을 모두 구별할 수 있다. 냄새를 구별하는 마법의 코를 지닌 『향수』의 전설적인 주인공 장 밥티스트 그르누이와 경쟁을 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다.
– 아스마 알골(팔레스타인 여성작가), 「가자 시: 나의 고향, 형벌의 도시」, pp.132

⑥ 우리사회는 빠른 근대화만큼이나 자본화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유럽이나 일본은 만만치 않은 근대의 역사적 토대가 브레이크 작용을 하여 자본주의가 마음껏 잠식하지 못하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충분히 고통받았던 누군가가 얘기하기를 최근의 한국은 독재의 폭력보다 자본의 폭력이 더 무서운 나라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문화 쪽은 저항 없이 맹아적으로 잠식당하기가 더 쉬운 듯이 보인다. 몇 십만 원씩 하는 외국 뮤지컬이 국가의 세금으로 세운 극장에서 대표작으로 올라가지만, 그것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 극장은 재정자립도가 90%에 달한다고 자랑스레 얘기하지만, 그 극장을 짓는데 세금을 낸 시민들이 또다시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모순은 충분히 되짚어 봐야 할 얘기가 아닐까. 와라비자 극단 대표가 충격을 받았던 대학로는 비싼 임대료와 상업지구화로 사실 대부분의 극단들은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과거 지하의 좁은 공간에서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었던 소극장들은 사라져가고 비싼 대관료를 내야 하는 시설 좋은 극장들로 채워지고 있다.
– 오세형, 「우리의 문화주체는 어디에 있는가?」, p.161

⑦ f.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철학자를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노예와 힘있는 자라는 기준이 그것이지요. 이것은 그 자체로 보면 큰 동력이지만, 그 대상이 있는 것이어서 오늘에 와서는 허방함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의 철학자와 철학적 노동자라는 분류법이 더 적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철학자는 자신의 가치를 입법화하는 사람입니다. 철학적 노동자는 자기 개념을 창출하지 못하고 목록을 조사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신영복 선생은 대지적 사유와 내성적 글쓰기를 갖춘 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 시대의 행운이라고 생각합! 니다. 우리 사회에는 큰 작가 혹은 대가(大家) 대접을 안 해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큰 사람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풍토가 좀 아쉽습니다. 신영복 선생 글을 문학장에 끌어들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큰 맥락에서 신영복의 글을 놓고 생각해야 마땅하지요. 단순히 문학에 포섭될 성질의 것이 아니고 ‘큰 글, 큰 문학’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임규찬, 「신영복과 文(學的)이라는 것」,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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