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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8
경기도립 뮤지엄 설 연휴 기간 프로그램 안내
경기도립 뮤지엄(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설 명절 연휴(2월 2일~2월 6일)를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를 운영한다. 뮤지엄은 설 당일인 2월 5일만 휴관하고, 나머지는 정상 운영한다(백남준아트센터만 2월 4일도 휴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뮤지엄파크에는 경기도박물관·백남준아트센터·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 3개 뮤지엄이 모여 있다. 경부고속도로 수원 나들목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방문하기 편리하다. 유아·청소년부터 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시·체험 콘텐츠를 구성해 가족 단위 방문객의 즐거운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박물관은 설을 맞이해 설 다음날인 6일 전통체험 및 놀이 행사를 진행한다. 한과·인절미 만들기 및 시식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새해의 결심과 가훈을 서예 글로 받아볼 수 있는 체험을 준비했다. 박물관 중정 마당에서는 윷놀이, 투호던지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팽이차기 등 온가족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전통 놀이 행사가 진행된다.

그리고 조선시대 노론 벽파의 영수인 심환지의 정치와 학문세계를 주제로 한 <푸른 산속 의리주인, 심환지>이 전시중이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최근 상설전시실을 개편해 <바람의 나라> 전시를 선보인다. 바람의 개념과 바람의 생성 원리를 이해하고, 바람에 관한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서정적 정서를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지닌 전시이다. <바람의 나라> 전시실에서는 바람을 타고 춤추는 천 감상하기, 바람결 사이를 헤치고 바람의 나라로 들어가기, 바람을 소재로 한 동시 감상하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서는 기획전 생생화화 2018 <헤어날 수 없는: Hard-boiled & Toxic>과 <이야기 사이_Stories & Dreams>가 진행 중이다. 생생화화 2018은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향후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작가 10인을 선정하여 신작 제작부터 전시 개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시각예술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번 전시에는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김동현, 박혜수, 송민철, 홍기원 작가 등이 참여한다. 현대사회의 특징과 이를 바라보는 참여작가들의 관점과 태도를 살펴보는 이 전시를 통해 진지한 고민과 창작 행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야기 사이_Stories & Dreams> 전시는 현대미술작품을 통해 나의 이야기와 남의 이야기가 서로 섞여가는 대화의 장을 열어보고자 기획되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자연’, ‘생활’, ‘환상’, ‘기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보고, ‘꿈’을 통해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전시이다. 전시장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통해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찾아보고, 나의 이야기를 덧입혀서 꿈의 이야기를 완성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실학박물관
남양주시에 위치한 실학박물관에서는 ‘실학설날소풍’이라는 주제로 설맞이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박물관 로비와 주차장, 다산유적지 일대에서 소망나무 달기, 실학AR색칠놀이, 실학판화찍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주차장에서 진행되는 민속놀이한마당에서는 투호놀이, 굴렁쇠 굴리기, 화살쏘기, 제기차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또한 ‘정약용,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의 스토릴텔링 연극투어가 2일부터 4일까지 하루에 2회씩 진행된다.

실학박물관에서는 현재 특별 기획전 <택리지, 삶을 모아 팔도를 잇다>가 진행되고 있다. 택리지는 이중환의 인문지리 저서로, 제목대로 ‘살 곳을 고르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전시는 택리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이중환의 생각을 연출했다. 택리지 정본 사업의 성과와 수많은 이본, 종가에 보관되었던 이중환의 삶의 흔적들을 전시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전곡선사박물관
연천군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즐거운 설 연휴를 위해 고고학 체험실에서 선사 윷 던지기 프로그램을 4일과 6일 양일간 진행한다. 또한 박물관 방문객 19명에게 매머드 나무 스케치북을 선물로 증정한다.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전 <돌과 나무의 시대>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번 특별전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돌과 나무로 이룬 도구와 기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석기를 중심으로 조명되었던 선사시대가 ‘돌과 나무의 시대’였음에 주목하고, 석기의 발전을 뒷받침한 ‘나무도구’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은 문화생활 기회 확대를 위해 무료 관람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 부분 무료 관람으로 운영되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설 연휴 동안 기존처럼 유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2019.01.27
백남준아트센터 단행본 출간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재발간
▶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기술기반 작품의 제작 과정과 그의 협업자 슈야 아베와의 동지애를 보여주는 서신 모음

▶ 수록된 총 79통의 서신을 통하여 아이디어, 기계, 테크닉, 전략, 사람이 오가며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를 형성해 냈던 과정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 마련

■ 『백-아베 서신집』 개요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그의 기술적 동지 슈야 아베와 주고 받은 서신들을 모아 『백-아베 서신집』을 출간하였다. 일본어로 작성된 서신의 원본 이미지와 함께 한⋅영 번역 원고가 수록된 이번 서신집은 백남준아트센터, 도쿄도 현대미술관, 스미스소니언 백남준 아카이브에 소장되어 있는 서신 총 97통을 수록하고 있다. 이번 서신집은 1963년부터 2005년까지 주고 받은 엽서, 연하장, 편지, 항공우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백남준과 슈야 아베는 1963년 처음 만난 후, 영상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적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쏟아 부었다. 흑백 카메라를 연결하여 컬러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시작으로, 슈야 아베와 함께 수작업으로 제작한 영상 합성기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1969/1972)의 제작까지 둘의 기술 협업은 진지하고 세밀하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협업 내용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 그리고 유머를 서신 곳곳에서 볼 수 있다. 2005년 백남준은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노트를 아베에게 보낸다. ‘평생 한 번 있을 만남’을 뜻하는 이 문구는 슈야 아베가 백남준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연이자 동지였음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홍성욱 교수는 서평을 통해 『백-아베 서신집』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최근 역사학계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는 방법론 중에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transnational history)라는 것이 있다. 역사를 연구할 때 국경이라는 경계에 갇히지 말고, 사람, 아이디어, 물건 등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동적인 과정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출판된 『백-아베 서신집』에 실린 편지들은 주로 미국에 거주했던 백남준과 일본의 슈야 아베 사이에 아이디어, 기계, 테크닉, 전략, 사람이 오가면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형성해 냈던 과정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역사는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의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둘의 관계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협력 관계라고 할 수 있다…해독하기 힘든 백남준의 편지들이 이제 한글과 영어로 번역되어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서신집은 백남준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백-아베 서신집』은 원 서신의 의도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편집⋅번역했으며, 이 과정에서 표준어보다 원문의 어감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당시의 언어들은 그대로 살렸다. 원문 번역은 백남준의 필체와 당시의 단어를 이해하고 있는 백남준의 유치원 친구 이경희 선생과 미디어 아트 전문가 마정연 박사가 담당했고, 확인이 어려운 내용은 슈야 아베 선생과 직접 상의하여 내용을 정리했다.

◆ 전문가 서평
『백-아베 서신집』 서평

홍성욱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교수)

최근 역사학계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는 방법론 중에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transnational history)라는 것이 있다. 역사를 연구할 때 국경이라는 경계에 갇히지 말고, 사람, 아이디어, 물건 등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동적인 과정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출판된 『백-아베 서신집』에 실린 편지들은 주로 미국에 거주했던 백남준과 일본의 슈야 아베 사이에 아이디어, 기계, 테크닉, 전략, 사람이 오가면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형성해 냈던 과정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역사는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의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둘이 주고받은 첫 “편지”는 백남준에게 아베를 소개한 우치다 히데오의 명함이었다. 1963년 도쿄에서 처음 만났을 때, 다른 종이가 없던 백남준이 자신의 주소를 명함 뒷면에 적어서 건네준 것이었다. 이후 백남준과 아베는 함께 ‘로봇’을 제작했고, 백남준은 1964년에 이 로봇을 가지고 뉴욕으로 건너갔다. 도쿄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뉴욕에서 보니 기어와 제어용 리드 셀렉터가 빠지고, 7채널이 못 쓰게 되고, 릴레이가 타고, 배터리가 약해졌다. 1964년 7월 4일의 편지는 이걸 수리하는데 “악몽과 같은 일주일”이 걸렸음을 기록하고 있다.

백남준은 자신이 필요한 부품들, 전자기기들을 아베에게 요구하고, 이런 부품들은 동경에서 구매되거나 조립된 뒤에 뉴욕으로 부쳐졌다. 백남준은 틈틈이 부품값과 수고비를 송금했고, 일부는 일본에 거주하는 자신의 형으로부터 받으라고 했음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것도 있다. 아마도 아베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백남준은 오랫동안 지구본을 알아봤고, 결국 하나를 사서 아베에게 보냈다. 그런데 당시 이런 물건들은 태평양을 오가면서 파손되는 경우가 흔했던 것으로 보인다. 백남준이 보낸 지구본도 일본에서 열어보니 파손되었고, 일본에서 부친 비디오 카메라가 대파된 경우도 편지에 기록되어 있다. 1964년 11월 2일 편지에서 백남준은 “Transport의 문제가 있으니까 다시 한 번 각 세부의 신뢰성, 내진 안전성은 100%를 기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적고 있다. 정말 중요한 기계는 사람이 오갈 때 인편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1964년 백남준과 아베는 일종의 비디오테이프리코더를 개발해서 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이는 소니와 같은 대기업과의 경쟁이었는데, 결국 젊은 예술가-엔지니어의 협동연구는 소니를 이기지 못했다. 1965년 1월만 해도 백남준은 더 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2월의 편지는 “대기업이 여기까지 온 이상 우리가 한다는 것은 바보짓이다”고 적고 있다. 날짜를 알 수 없는 한 편지에는 이것이 “4년간의 비밀작전”이었고, 마지막에 한 발 져서 약이 오른다는 심정이 적혀 있다.

이 서신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백남준의 비디오 신디사이저가 구체화된 과정과 관련된 것이다. 우선 1966년 2월 1일에 백남준이 아베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미지의 중첩 실험을 하고 싶다는 얘기가 언급되면서, 아베의 견해를 묻는 구절이 있다. 1969년에 백남준의 아이디어는 구체화되고, 7개의 카메라(비디오)를 이용해서 이 이미지들에 색깔을 입해서 이를 합성하는 아이디어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해 가을에 WGBH 방송국의 후원을 받은 백남준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아베와 함께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만들어서 미국으로 가져왔고, 아베는 1970년 여름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다시 백남준을 도와 이 신디사이저를 사용한 첫 방송을 제작하는 일을 함께 진행했다. 이 무렵, 백남준은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7개의 카메라를 가리켜서 “무지개의 7색”이라고 했는데, 이후 편지에서는 아예 이 비디오 합성기를 “무지개”로 표시하기도 했다. 1970년 2월 경에 씌어진 편지에는 “무지개가 잘 되면 나중에 크게 벌게 됩니다” “무지개와 적외선 카메라만 부탁” “무지개가 일등(가장 중요)”이라는 언급이 있다.

백남준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위재한 의사, 아베”라는 글(1991)에서 아베의 독창적이며 천재적인 사고와 그의 성품을 높게 평가했다. 백남준은 아베가 없었다면 비디오 신디사이저는 발명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반면에 아베는 백남준의 천재성은 자신과 같은 범인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고, 자신과 백남준의 협력은 모두 백남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축소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협력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예전에 백남준이 아베에게 보낸 편지의 손글씨가 해독이 안 돼서 일본 학생에게 이 편지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편지를 가지고 며칠 끙끙대던 일본 학생이 자기도 해독이 잘 안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이 편지를 일본에 있는 한 대학교수에게 보여줬는데, 그 대학교수도 이를 잘 읽지 못했다고 내게 전해 줬다. 그 교수는 ‘아마 이 편지는 슈야 아베 선생만이 읽을 것이다’는 얘기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독하기 힘든 백남준의 편지들이 이제 한글과 영어로 번역되어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서신집은 백남준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이 결실을 맺게 해 준 백남준아트센터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19.01.27
백남준아트센터 단행본 출간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재발간
▶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재발간
▶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이 쓴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을 담은, 백남준 예술의 근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저서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백남준의 글모음집인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의 개정판을 출간하였다. 2010년 초판을 찍은 지 8년 만으로 그동안 백남준 연구자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 책은 초판에 원문만 실렸던 5편의 번역문을 추가하고 원고 일부를 교체하는 등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 개정판 개요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백남준의 책’인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 연구자인 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와 에디트 데커(Edith Decker)가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의 한글 번역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누구보다 먼저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사유하고 실천했던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생생한 백남준의 목소리를 통해 다가갈 수 있다.

백남준은 “미래의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심령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심령력이 강한 집시의 나라, 불가리아 출신의 친구 크리스토가 미래에 가장 존경받는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심령력을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면 아날로그 소통을 지나 디지털 소통이 가능한, 더 나아가 세상 만물이 상보적으로 얽히는 양자(quantum) 소통이 가능한 미래의 세상을 암시한다. 백남준은 미래의 사회에서는 기술과 인간이 완전히 융합되며 사회 소통 시스템이 자연적 환경에서 영성적 환경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예술로써 예견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 예술 세계의 중요한 축인 인간·자연·기술 간의 상호 소통과 융합에 대한 종적인 역사성과 횡적인 문화 다양성의 A부터 Z까지를 담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백남준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인 이 책은 세상 만물의 수평적 소통과 연계를 통해 상생의 미래를 소망했던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교과서적 도서라 자부한다. 2018년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의 개정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판에 원문으로 실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시나리오(팩스자료)를 비롯하여 「바이바이키플링」, 「록음악에 스포츠」, 「비디오테이프 월간지」 등 5개의 글을 번역해 게재하고 본문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던 「아사테라이트- 모레의 빛을 위하여」의 원문(일문)을 찾아 전문을 번역해 게재하였다.

이 책은 태생적으로 중역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아쉬운 점을 보강하고자 최대한 원문을 찾아 대조하여 중역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했다. 또한 백남준에 관한 연구가 미진해 발생한 번역의 오류도 수정하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10년 동안 ‘인터뷰 프로젝트’, ‘백남준의 선물: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꾸준히 열고 연간 학술지 «NJP리더»를 발간하는 등 많은 연구자들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며 백남준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연구와 자료들은 다소 미진하더라도 초판의 오류를 잡을 수 있는 역량의 기반이 되었다.

이번 개정판의 발행으로 최근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백남준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남준의 작업은 지극히 미래지향적이었으며, 그는 20세기에 이미 21세기의 언어와 문화를 이야기해왔다. 신기하게도 그의 작업은 접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기에 상대적으로 그의 작업에 대한 이해와 인식에 대한 갈증 또한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구자에게 불만족과 미숙함을 각성시키는 그의 천진스러운 유산들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그의 예술을 연구하는 데 있어 무한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백남준의 정신세계가 온전히 담겨진 이 책이 백남준의 예술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 전문가 서평
<백남준: 말馬 에서 크리스토까지> 개정판에 부쳐
김홍희(전 시립미술관장/ 미술평론가)

백남준아트센터가 펴낸 <백남준: 말馬 에서 크리스토까지>(2010 초판/2018 개정판)는 그가 왜 백남준인지를 말해주는 진솔한 자전적 수필집이자, 작가의 철학적, 예술적, 인간적 실체를 알려주는 귀중한 사료집이다. 독일 아방가르드 서클에 데뷔했던 1958년부터 60회 생일을 맞는 1992년까지 친지와 동료들에게 보낸 서한, 작품 악보, 단상, 논고들을 싣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가 20세기의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시대를 초월하는 고결한 비저너리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편집자들인 이르멜린 리비어와 에디트 데커는 책제목으로 백남준의 1981년 논고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를 인용하고 있다. 이 문구가 백남준의 사상을 요약, 대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백남준은 이 글에서 과거 운송과 통신의 화신이었던 말(馬)에서, 오늘날 텔레비전/비디오 시대를 거쳐, 미래의 강력한 소통 수단이 될 ‘심령력’에 이르는 미디어의 역사적 변화 또는 진화적 발전을 은유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여기서 백남준은 집시의 고장으로 심령력의 지수가 가장 높은 불가리아 출신의 크리스토를 미디어 소통의 종착역에 위치시키고 있다. 요셉 보이스의 유라시안 신비주의, 한국 샤머니즘 문화에도 해당될 수 있는 이 심령력의 의미는, 소통 매체가 영적 매체로 확장 또는 병치되는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샤먼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찾아질 수 있다.

미디어에 대한 샤먼적 해석은 백남준 예술의 핵심 개념인 불확정성(비결정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서양의 결정주의에 대립되는 동양의 비결정주의, 구체적으로는 선사상과 샤머니즘 정신에 내재된 불확정성은 복합성, 융합성, 가변성, 유동성, 특히 우연성에 대한 미학적 사유와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우연은 준비된 정신만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라는 파스퇴르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그의 행위음악, 해프닝, 비디오아트는 모두 통제 불가능한 우연과 사고, 삶과 같은 불확정성에 근간하고 있다. 그는 비디오합성기를 통해 ‘고도의 정확성 대신 고도의 불확정성’을 획득하였고, 전 지구를 연결하는 생방송 위성예술이나 멀티모니터 작품들에서와 같이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다다익선 미학으로 불확정적 융복합 예술을 성취하였다. 실로 그는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컨버전스(convergence)의 선구자였던 것이다.

이 책에는 웬만한 대하장편소설을 방불케하는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19∼20세기의 역사적 현학은 차치하더라도, 그가 실제로 만나고 교류한 과학자, 철학자, 미술가, 음악가, 무용가, 시인, 방송인, 큐레이터, 비평가 등, 그의 광대한 인맥은 그 자체가 광대역과 같은 정보통신의 플랫폼이자, 케이블로 연결된 ‘상상적 비디오 경관’ 즉 ‘글로벌 그루브’이다. 보들레르적 ‘코레스퐁당스(Correspondence) 의지, 소통과 변화에 대한 갈증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록 독려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사람에 대한 순수한 관심, 인물을 알아보는 통찰력과 예지력, 만남을 귀중한 인연으로 발전시킬 줄 아는 친화력과 동화력, 동료들과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열정과 탁월한 기획력이 백남준의 작가적 성공을 뒷받침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백남준은 이 책에서 플럭서스 친구들인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조지 머추너스, 샬럿 무어먼 등의 예술세계를 소상히 그리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에 대해 슬픔과 연민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치열한 예술가, 치밀한 기획자이기 이전에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 끈끈한 정을 가진 틀림없는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백남준의 최초 에세이 선집은 1974년 시라큐즈 에버슨 뮤지엄이 발행한 『백남준: 비데아 ‘n’ 비디올로지 1959-1973』 였다. 이번 책은 그 당시 그 책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되살려주고 그의 귀환을 실감케 해준다. 이에 대해 백남준아트센터에 개인적으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덧붙여 센터가 앞으로 1992년 이후부터 2006년 타계할 때까지 그의 후기 시대 친필을 모으고 출판하여 백남준의 예술과 삶을 하나의 순환 고리로 집대성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 전문가 축하평
2016년, 백남준아트센터의 백남준 추모 10주기 특별전 『다중시간』을 통해 백남준과 인연을 맺은 뇌 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전망한 선구적 예술가 백남준을 기억하며 다음의 글을 보내왔다.

“ 날카로운 이빨도, 두꺼운 비늘도 없이 오로지 세상을 이해하는 지적 능력 하나만으로 지구를 지배한 호모 사피엔스. 이제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를 만들고 있는 우리는 질문해야한다: 언젠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인공 창의성으로 무장한 기계들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고, 시를 쓰지 않을까? 예술의 미래는 기계들의 몫이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미래 ‘예술기계’들은 결론을 내릴지 모른다.
인간의 예술과 기계의 예술 사이에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백남준의 예술이 있었다고. 비디오아트에서 사이버펑크, 다다이즘에서 테크놀로지……그의 예술은 바로 기계와 인간의 사이에 있으며, 동시에 인간의 예술이 기계의 예술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백남준의 글을 모음집 『백남준: 말馬 에서 크리스토까지』 개정판 출간을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 ”
■ 저자소개
백남준은 1932년 7월 20일 서울에서 태어나 2006년 1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무음악(a-music)을 추구했던 현대음악 작곡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네오 아방가르드의 한축이었던 플럭서스의 주역,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발명가, 최초로 상업네트워크 방송망을 이용한 네트워크 아트와 지구 도시를 연결한 위성아트의 선구자였다. 특히 위성아트 <굿모닝 미스터오웰>(1984)과 <바이바이 키플링>은 전 세계 2500만 명이 시청했다. 그의 예술은 인간과 비인간을 비위계적으로 통합하여 21세기 예술의 선구적 장을 열었다.
■ 역자소개

임왕준
연세대학교 불문과 졸업,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앙드레 말로에 대한 논문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8대학 철학박사 과정에서 엠마누엘 레비나스를 전공했다. 문화부 홍보조정실에서 근무했고 전주방송국(JTV) 제작평성부장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샘터사 주간으로 일했다. 창작집 『북회귀선』을 출간했으며, 번역서로는 『사는 법을 배우다』, 『메피스트로펠레스와 양성인』(공역),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 『이별의 기술』등이 있다.

정미애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벵대학에서 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요번역서로는 『치유』,『행복의 역설』,『세잔을 위한 진혼곡』,『스크래치』,『누가 랭보를 훔쳤는가』,『마지막 수업』등이 있다.

김문영
가톨릭대학교와 프랑스 낭시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와 한국의 다국적 기업을 거쳐 음악과 영화 등의 문화평론가로 일했다. 번역서로는 『마지막 눈』,『조용히 흐르는 초록빛 강』,『마지막 편지』,『걷기의 기적』, 등이 있으며 현재 출판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이유진
중앙대학교에서 불문학을, 프랑스 부르고뉴대학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한 후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로 일했다. 주요 전시로 《부드러운 교란, 백남준을 말하다》, 《백남준 탄생 80주년: 노스텔지어는 피드백의 제곱》(공동기획) 등이 있다.

마정연
도쿄예술대학에서 박사학위(영상미디어학)를 취득한 뒤 메이지대학 국제 일본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일본 미디어아트사』가 있다.

■ 밑줄긋기
나는 TV로 작업하면 할수록 신석기시대가 떠오른다. 왜냐하면 둘 사이에는 놀랄 만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바탕을 둔 정보 녹화 시스템에 연결된 기억의 시청각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하나는 노래를 동반한 무용이며, 다른 하나는 비디오다… 나는 사유재산 발견 이전의 오래된 과거를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 비디오아트는 신석기시대 사람들과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비디오는 누가 독점할 수 없고, 모두가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의 공동재산이다. (107쪽)

아마도 인공위성의 최대의 효용은, 인류 간에 여지껏 없었던 상호관계(인연)을 인공적, 가속적으로 만들어내서 새로운 의식과 의식 사이의 신경적인 네트워크를 창출해 경제와 문화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바이 바이 키플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인연의 이야기, 혹은 겉에 드러나지 않아도 뒤에서 조용히 노력한 사람들, 이름없는 영웅들, 공신들을 다음에 소개해 두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정치는 뜻밖의 연관성을 만든다(129쪽)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 미래를 투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명한 미래학자 허먼 칸은 중요한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2000년에 관한 그의 연구는 여러 재단의 도움으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1967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칸은 자연보호나 환경오염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히피들은 같은 해에 이미 자연보호를 주장했다. 가장 유명한 미래학자인 칸이 길거리 히피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205쪽)

1960년대 자유주의자와 1960년대 혁명가의 차이는 전자가 진지하고 회의적인 성향이었다면 후자는 낙관적이며 즐길줄 알았다는 겁니다. 누가 사회를 더 변화시켰을까요? 내 생각에는 후자입니다. (269쪽)

‘예술과 기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과학적 장난감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변화나는 전자표현방식인 기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281쪽)

사이버네틱스 예술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이버네이티드된 삶을 위한 예술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후자는 사이버네이티드될 필요가 없다. (315쪽)

영속적인 불만은 영속적인 진화이다. 이것이 나의 실험TV의 주요한 장점이다. (380쪽)

■ 초판 소개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백남준의 책’이다. 유럽의 뛰어난 백남준 연구자 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 에디트 데커(Edith Decker) 두 사람이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의 한글 번역본이다. 번역은 정미애씨가 1차 번역을, 임왕준씨와 김문영씨가 2차 번역을 담당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서구 예술계에서 평생 동안 추구해온 예술 세계의 바탕에 어떤 사상과 발상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일종의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으로서 이 책은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 다양한 타입의 글 78편이 수록되어 있다. 글 싣는 순서는 백남준의 삶의 시간을 ‘되감기(rewind)’하듯이 거꾸로 배치한 것이 이채롭다. 즉 시기적으로 현재와 가장 가까운 “미디어의 기억”(1992)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마침내 이 땅에 살았을 때 김소월의 시 <먼 후일>로 작곡했던 1947년의 조숙한 악보에서 끝이 난다. 이러한 목차 구성은 백남준의 삶이 유목민의 전형이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연어의 여행’과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순서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백남준식 용어를 따르면 ‘랜덤 액세스(임의접속)’의 방법으로 보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자유와 인연, 이것이 백남준이 좋아했던 가치였다. 이 책은 단순히 백남준을 해명하기 위한 선집이 아니며, 한 특출난 예술가의 발상과 마주침으로써 새로운 창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영감의 서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말부터 서구의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이 넘쳐날 때, 비서구의 에너지와 소통의 철학을 표현하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추구했던 백남준의 진면목과 정면으로 마주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통속적인 평판으로만 알려져 있는 백남준의 핵심이 이 책에서 때로는 추리소설처럼, 때로는 밀도있는 산문처럼 다가올 것이다.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는 한국에서 백남준 연구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어젖힐 만큼 강렬한 실험과 독창적인 모험의 기록이 가득하다. 그것은 “백남준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백남준이 선뜻 내보이는 자신의 다양한 면모와 관련된다. 즉 서구 아방가르드 음악계에 진입하기 위해 분투하던 음악청년 백남준, 13대의 실험 TV를 직접 다루면서 탄생시킨 비디오 아트의 내막을 들려주는 젊은 날의 백남준, 그리고 미국 공중파 TV 방송국을 넘나들면서 미국의 네트워크 전국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예술로 나아가고 나중에는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촌으로 생중계되는 우주 오페라를 실현하는 풍운아 백남준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재미는 백남준 특유의 솔직함, 위트와 유머에 기인한다. 이 책은 곳곳에 TV나 비디오, 비디오합성기 같은 기계에 관한 전문적인 부분과 당시 서구 예술계에서 유명했지만 우리에게 낯선 예술가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나온다. 그런 점 때문에 몇몇 부분에서 난해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백남준이 다른 예술가들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재치있는 촌평과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매우 재미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백남준이 누구보다 에고가 없는 예술가라는 것이다. 즉 자기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것이 예술가의 ‘이기적 유전자’인데, 이 책의 화자는 항상 자기 아닌 타인을 이야기하면서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백남준은 21세기의 사상가이다.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는 기존의 인간을 넘어선 인간의 삶의 양식을 생각하고, 그런 바탕에서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상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나 위성 아트처럼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예술 활동을 펼쳤는데, 그의 궁극적인 문제의식은 쏟아져 나오는 뉴미디어에 현혹된 타입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삶의 문제, 삶 정치의 장 안에서 다루는 타입이었다.

이 책을 통해 백남준은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이다. 1984년 1월 1일 지구촌의 서막을 연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함께 그는 금의환향했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예술은 무엇인지,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가 꿈꾼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재창조해야 하는 것은 이 책의 출간 이후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유목민이자, 21세기 예술의 선구자로서 백남준을 알고 느끼기 위하여 이 책은 키-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2019.01.27
“백남준 추모 13주기” 관련 행사
▶ 백남준이 쓴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을 담은, 백남준 예 술의 근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저서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8년만 재발간

▶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기술기반 작품의 제작 과정과 그의 협업자 슈야 아베와의 동지애를 보여주는 서신 모음집, 『백-아베 서신집』 출간

▶ 백남준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특별한 온라인 웹 페이지 <당신은 궁금하지 않은가?> 운영

▶ 故 백남준 13주기(2019.1.29.)관련 추모재 및 문화공연 봉은사에서 개최

2019년 1월 29일은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1932~2006) 서거 13주기를 맞이하는 날이다. 예술가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이자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해왔던 예술가로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 칭송받고 있다.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예술의 매체로 사용한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이자 다자간 소통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계와 공존하는 사이버네틱화 된 사회를 예견하고 그에 대한 예술적 비전을 제시했던 백남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삶에 더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백남준의 13주기를 맞이하여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쓴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을 담은 백남준 예술의 근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저서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를 재발간 하였다. 그리고 백남준아트센터, 도쿄도 현대 미술관, 스미스소니언 백남준 아카이브에 소장되어 있는 백남준과 그의 오랜 친우이자 기술적 동료인 슈야 아베와의 서신 97통을 수록한 『백-아베 서신집』을 출간하였다. 본 서신집을 통해 백남준과 그의 기술적 동지 슈야 아베 사이에 아이디어, 기계, 테크닉, 사람이 오가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형성되었던 과정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그를 추모하는 온라인 웹 페이지 <당신은 궁금하지 않은가?>를 마련하여 관객에게 백남준을 알리고 함께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미래를 사유하는 예술가“ 백남준을 통해 예술의 존재의미와 실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백남준아트센터 단행본 출간 Ⅰ.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
▶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재발간

▶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이 쓴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을 담은, 백남준 예술의 근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저서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백남준의 글모음집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의 개정판을 발간하였다.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백남준의 책’인 이 책은 백남준 연구자 에디트 데커(Edith Decker),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가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원저 『PAIK : Du Cheval A Christo et Autres Ecrits』, 1993)의 한글 번역본이다. 백남준의 미발표 원고, 악보, 에세이, 편지, 인터뷰, 시나리오 등 78편의 글이 담긴 이 책은 2010년 12월 초판이 발간된 이래 국내의 백남준 연구자와 일반 대중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8년 만에 발간된 개정판에는 초판에 원문으로만 실렸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시나리오(팩스자료)를 비롯하여 「바이바이 키플링」, 「록음악에 스포츠」, 「비디오 테이프 월간지」 등 5편의 글을 번역해 게재하고 본문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던 「아사테라이트- 모레의 빛을 위하여」의 원문(일문)을 찾아 전문을 교체, 번역하였다. 이 책은 태생적으로 중역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는데,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아쉬운 점을 보강하고자 최대한 원문을 찾아 대조하여 중역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했으며 백남준 연구가 미진해 발생했던 번역의 오류도 수정하였다.

김홍희 전 시립미술관 관장이자 미술 평론가는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를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미디어에 대한 샤먼적 해석은 백남준 예술의 핵심 개념인 불확정성(비결정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그의 행위음악, 해프닝, 비디오아트는 모두 통제 불가능한 우연과 사고, 삶과 같은 불확정성에 근간하고 있다. 그는 비디오합성기를 통해 ‘고도의 정확성 대신 고도의 불확정성’을 획득하였고, 전 지구를 연결하는 생방송 위성예술이나 멀티모니터 작품들에서와 같이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다다익선 미학으로 불확정적 융복합 예술을 성취하였다. 실로 그는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컨버전스(convergence)의 선구자였던 것이다.

그가 실제로 만나고 교류한 과학자, 철학자, 미술가, 음악가, 무용가, 시인, 방송인, 큐레이터, 비평가 등, 그의 광대한 인맥은 그 자체가 광대역과 같은 정보통신의 플랫폼이자, 케이블로 연결된 ‘상상적 비디오 경관’ 즉 ‘글로벌 그루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에 대한 순수한 관심, 인물을 알아보는 통찰력과 예지력, 만남을 귀중한 인연으로 발전시킬 줄 아는 친화력과 동화력, 동료들과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열정과 탁월한 기획력이 백남준의 작가적 성공을 뒷받침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백남준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인 이 책은 세상 만물의 수평적 소통과 연계를 통해 상생의 미래를 소망했던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교과서적 도서이다. 백남준의 정신세계가 온전히 담겨진 이 책이 백남준의 예술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백남준아트센터 단행본 출간 Ⅱ. 『백-아베 서신집』
▶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기술기반 작품의 제작 과정과 그의 협업자 슈야 아베와의 동지애를 보여주는 서신 모음

▶ 수록된 총 79통의 서신을 통하여 아이디어, 기계, 테크닉, 전략, 사람이 오가며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를 형성해 냈던 과정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 마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그의 기술적 동지 슈야 아베와 주고 받은 서신들을 모아 『백-아베 서신집』을 출간하였다. 일본어로 작성된 서신의 원본 이미지와 함께 한⋅영 번역 원고가 수록된 이번 서신집은 백남준아트센터, 도쿄도 현대미술관, 스미스소니언 백남준 아카이브에 소장되어 있는 서신 총 97통을 수록하고 있다. 이번 서신집은 1963년부터 2005년까지 주고 받은 엽서, 연하장, 편지, 항공우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백남준과 슈야 아베는 1963년 처음 만난 후, 영상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적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쏟아 부었다. 흑백 카메라를 연결하여 컬러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시작으로, 슈야 아베와 함께 수작업으로 제작한 영상 합성기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1969/1972)의 제작까지 둘의 기술 협업은 진지하고 세밀하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협업 내용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 그리고 유머를 서신 곳곳에서 볼 수 있다. 2005년 백남준은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노트를 아베에게 보낸다. ‘평생 한 번 있을 만남’을 뜻하는 이 문구는 슈야 아베가 백남준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연이자 동지였음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홍성욱 교수는 서평을 통해 『백-아베 서신집』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최근 역사학계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는 방법론 중에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transnational history)라는 것이 있다. 역사를 연구할 때 국경이라는 경계에 갇히지 말고, 사람, 아이디어, 물건 등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동적인 과정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출판된 『백-아베 서신집』에 실린 편지들은 주로 미국에 거주했던 백남준과 일본의 슈야 아베 사이에 아이디어, 기계, 테크닉, 전략, 사람이 오가면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형성해 냈던 과정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역사는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의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둘의 관계는)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협력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해독하기 힘든 백남준의 편지들이 이제 한글과 영어로 번역되어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서신집은 백남준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백-아베 서신집』은 원 서신의 의도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편집⋅번역했으며, 이 과정에서 표준어보다 원문의 어감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당시의 언어들은 그대로 살렸다. 원문 번역은 백남준의 필체와 당시의 단어를 이해하고 있는 백남준의 유치원 친구 이경희 선생과 미디어 아트 전문가 마정연 박사가 담당했고, 확인이 어려운 내용은 슈야 아베 선생과 직접 상의하여 내용을 정리했다.

故 백남준을 기억하는 특별한 공간, 온라인 웹 페이지 <당신은 궁금하지 않은가?>
백남준아트센터에서(관장 서진석)는 오는 1월 29일, 백남준의 추모 13주기를 맞이해 온라인상에 특별한 공간을 마련해 故 백남준을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당신은 궁금하지 않은가?>는 백남준에 관한 퀴즈를 푸는 웹 앱으로, PC 또는 모바일로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다. 접속자들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해 온 故 백남준과 그의 예술 세계에 관한 문제를 풀고, 주어진 문제를 모두 푼 사람은 온라인에 마련된 특별한 추모공간인 ‘백남준을 기억하는 공간’에 추모의 글을 남기게 된다. 이로써 참여자들은 예술가 故 백남준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며 고인을 기리게 된다.

*백남준 추모 웹 사이트 <당신은 궁금하지 않은가?>( http://curious-njp.com/ )


봉은사, 故 백남준 13주기 문화공연 및 추모재 봉행
◎ 일 시 : 2019년 01월 29일(화) 오후 12시 30분
◎ 장 소 : 봉은사 법왕루
◎ 주최 및 주관 : 봉은사

오는 1월 29일(화) 오후 12시 30분 봉은사 법왕루에서 故 백남준의 추모 13주기를 맞이해 추모재 및 문화공연이 진행된다. 본 행사는 50여명의 신도들을 포함하여 故 백남준을 기억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모여 예술가 백남준을 기리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또한 본 행사는 추모 의식 외에도, 제막식과 다양한 문화 공연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한편, 봉은사 법왕루에는 2006년 故 백남준 선생 타계 이후 2007년 2월부터 그의 유골함이 모셔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