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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1
경기문화재단 공연예술 창작지원 선정작 11월 공연 안내
▶ 경기문화재단 공연예술 창작지원 초연 3작품 수원, 부천, 고양 무대에서 선보여

경기문화재단 공연예술 창작지원 2단계(초연단계)에 선정된 3개 단체의 초연작품이 수원, 부천, 고양의 공연장에서 막을 올린다. 깊어가는 가을, 창작에 대한 오랜 고민과 노력으로 맺어진 열정의 결실을 공연장에서 함께 감상해 보자.

오는 15일 ‘드레소리’는 창작국악음악극 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선보인다. 인생의 막다른길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소리와 현대음악, 현대무용이 함께 어우러진 공연으로 표현했으며, 전통소리와 장단, 현대적인 음색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깊숙이 깔린 다양한 감정을 새롭고 현대적인 음색으로 구체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공연단체의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 어느 길에 서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과 함께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봄’의 《이중섭의 편지》는 오는 16일부터 17일까지 부천 복사골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사랑과 가족이라는 주제를 ‘이중섭의 편지’를 통해 환기시키고자 기획된 가족음악극으로, 개발과 성장의 산업화 시대에 짓눌린 가족에 대한 기억과 사랑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인형극, 미술, 음악, 샌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혼합과 도구를 활용하여 형상화한다. 만7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며,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같은 기간동안 ‘극단청년단’의 신작 《24/24(이십사분의 이십사)》가 고양아람누리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인간이 잠을 잘 필요가 없어진다면?’이라는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품의 제목인 ‘24/24’는 ‘이십사분의 이십사는 일(1)’, 즉 잠을 자지 않고 하루 24시간을 모두 활용해야 완전한 사람이 된다는 의미를 함축하며, 사회의 구성원을 그저 사회의 톱니바퀴로만 재단하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이미지 연극을 표방한 본 작품은 드라마의 토대에 안무를 입혀 강렬한 무대언어를 발산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연극적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편, 경기문화재단은 올해 공연예술 창작지원 분야에서 3단계(창작, 초연, 유통)에 걸쳐 공연예술단체 23개 단체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예술단체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원프로그램을 통하여 선정된 공연예술단체들은 올해 말까지 쇼케이스 공연 12작품, 초연공연 9작품과 시장에서 유통이 가능한 공연 2작품 등등 모두 23편의 공연을 경기도 곳곳에서 선보인다.

공연명, 공연단체, 일정, 공연장, 문의로 이루어진 표입니다
공연명 공연단체 일 정 공연장 문 의
이미지소리극 D.N.A 드레소리 11.15.(목) 19:30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
010-7129-5956
가족음악극
《이중섭의 편지》
극단 봄 11.16.(금) 11:00, 20:00
11.17.(토) 11:00, 15:00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
032-613-6611
연극
《24/24
(이십사분의이십사)》
극단청년단 11.16.(금) 20:00
11.17.(토) 16:00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1577-7766
2018.11.08
경기상상캠퍼스, 청년 입주단체의 작업공간 23곳의 문이 활짝! “2018 그루버 오픈캠프 개최”
▶ 입주캠프 프리오픈, 팝업 원데이 워크숍, 독립출판 낭독 콘서트, 도슨트 투어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

경기상상캠퍼스는 오는 11월 10일 문화예술기반 청년 창업 입주단체의 작업공간 23곳을 오픈하는 “2018 그루버 오픈캠프”를 개최한다.

그루버 그루버는 숲속 공간에 자리잡은 코워킹스페이스의 입주자들을 통칭하는 아이덴티티로 작은숲(Grove)에 ‘o’를 붙여 흥겨움, 즐거움을 의미하는 그루브(Groove)에 ‘er’을 붙여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벗삼아 즐겁게 일하며 함께 공유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오픈캠프는 총 4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첫 번째는 ‘입주캠프 프리오픈’이다. 청년 창업 입주단체는 청년1981동과 생활1980동의 입주공간을 중심으로 단독과 쉐어(여러 단체가 공간을 나누어 쓰는 형태)로 구분하여 입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 단체의 특색이 담겨있는 작업공간의 문이 활짝 열리며, 단체별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홍보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프리오픈에서는 작업공간을 다니며 입주단체가 창작한 3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 하고 운영사무소에 인증하면 기념품을 증정한다.

두 번째는 ‘팝업 원데이 워크숍’으로 청년 창업 입주단체마다 특색이 담겨있는 워크숍을 마련한다. 23개 청년 스타트업 창작자들이 개발한 제품, 독립출판물, 문화기획 프로그램,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 다양한 창작활동 사례를 듣고 단체의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체험비는 100원부터 1만5천원이다.

세 번째는 ‘독립출판 낭독 콘서트’가 열린다. 독립출판 장르 ‘별빛들’ 소속 작가들이 생활1980, 306호 앞 빈 공간을 직접 꾸며 이광호 대표의 문학작품 활동 계기와 작품 낭독회를 진행한다. 독립출판 질문코너도 마련하여 관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간도 갖는다.

마지막으로 경기상상캠퍼스를 전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청년 창업 입주단체가 주로 활동하는 청년1981동과 생활1980동을 중심으로 각각의 입주캠프를 소개하며 목공, 디자인, 미디어, 브루잉(양조), 자전거랩 등 실험실(LAB)이 있는 공작1967투어가 진행된다. 투어를 참여한 시민을 대상으로 특별한 기념품도 증정한다.

그 외 무료 폴라로이드 촬영 이벤트, 워크숍 참여자 특별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오픈캠프가 마무리 된 후, 오후 6시부터 공작1967 건물에서 뮤직랩(LAB)이 주최한 웨어하우스 파티(라이브클럽 파티)가 진행된다.

프로그램별 자세한 내용은 경기상상캠퍼스 홈페이지(http://sscampus.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031-296-1657.
2018.11.08
백남준아트센터 단행본 출간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재발간
▶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재발간
▶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이 쓴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을 담은, 백남준 예술의 근간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저서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백남준의 글모음집인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의 개정판을 출간하였다. 2010년 초판을 찍은 지 8년 만으로 그동안 백남준 연구자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 책은 초판에 원문만 실렸던 5편의 번역문을 추가하고 원고 일부를 교체하는 등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개정판 개요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백남준의 책’인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 연구자인 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와 에디트 데커(Edith Decker)가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의 한글 번역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누구보다 먼저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사유하고 실천했던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생생한 백남준의 목소리를 통해 다가갈 수 있다.

백남준은 “미래의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심령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심령력이 강한 집시의 나라, 불가리아 출신의 친구 크리스토가 미래에 가장 존경받는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심령력을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면 아날로그 소통을 지나 디지털 소통이 가능한, 더 나아가 세상 만물이 상보적으로 얽히는 양자(quantum) 소통이 가능한 미래의 세상을 암시한다. 백남준은 미래의 사회에서는 기술과 인간이 완전히 융합되며 사회 소통 시스템이 자연적 환경에서 영성적 환경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예술로써 예견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 예술 세계의 중요한 축인 인간·자연·기술 간의 상호 소통과 융합에 대한 종적인 역사성과 횡적인 문화 다양성의 A부터 Z까지를 담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백남준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인 이 책은 세상 만물의 수평적 소통과 연계를 통해 상생의 미래를 소망했던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교과서적 도서라 자부한다. 2018년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의 개정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판에 원문으로 실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시나리오(팩스자료)를 비롯하여 「바이바이키플링」, 「록음악에 스포츠」, 「비디오테이프 월간지」 등 5개의 글을 번역해 게재하고 본문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던 「아사테라이트- 모레의 빛을 위하여」의 원문(일문)을 찾아 전문을 번역해 게재하였다.

이 책은 태생적으로 중역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아쉬운 점을 보강하고자 최대한 원문을 찾아 대조하여 중역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했다. 또한 백남준에 관한 연구가 미진해 발생한 번역의 오류도 수정하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10년 동안 ‘인터뷰 프로젝트’, ‘백남준의 선물: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꾸준히 열고 연간 학술지 «NJP리더»를 발간하는 등 많은 연구자들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며 백남준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연구와 자료들은 다소 미진하더라도 초판의 오류를 잡을 수 있는 역량의 기반이 되었다.

이번 개정판의 발행으로 최근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백남준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남준의 작업은 지극히 미래지향적이었으며, 그는 20세기에 이미 21세기의 언어와 문화를 이야기해왔다. 신기하게도 그의 작업은 접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기에 상대적으로 그의 작업에 대한 이해와 인식에 대한 갈증 또한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구자에게 불만족과 미숙함을 각성시키는 그의 천진스러운 유산들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그의 예술을 연구하는 데 있어 무한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백남준의 정신세계가 온전히 담겨진 이 책이 백남준의 예술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소개
백남준은 1932년 7월 20일 서울에서 태어나 2006년 1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무음악(a-music)을 추구했던 현대음악 작곡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네오 아방가르드의 한축이었던 플럭서스의 주역,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발명가, 최초로 상업네트워크 방송망을 이용한 네트워크 아트와 지구 도시를 연결한 위성아트의 선구자였다. 특히 위성아트 <굿모닝 미스터오웰>(1984)과 <바이바이 키플링>은 전 세계 2500만 명이 시청했다. 그의 예술은 인간과 비인간을 비위계적으로 통합하여 21세기 예술의 선구적 장을 열었다.
■역자소개
임왕준
연세대학교 불문과 졸업,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앙드레 말로에 대한 논문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8대학 철학박사 과정에서 엠마누엘 레비나스를 전공했다. 문화부 홍보조정실에서 근무했고 전주방송국(JTV) 제작평성부장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샘터사 주간으로 일했다. 창작집 『북회귀선』을 출간했으며, 번역서로는 『사는 법을 배우다』, 『메피스트로펠레스와 양성인』(공역),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 『이별의 기술』등이 있다.

정미애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벵대학에서 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요번역서로는 『치유』,『행복의 역설』,『세잔을 위한 진혼곡』,『스크래치』,『누가 랭보를 훔쳤는가』,『마지막 수업』등이 있다.

김문영
가톨릭대학교와 프랑스 낭시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와 한국의 다국적 기업을 거쳐 음악과 영화 등의 문화평론가로 일했다. 번역서로는 『마지막 눈』,『조용히 흐르는 초록빛 강』,『마지막 편지』,『걷기의 기적』, 등이 있으며 현재 출판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이유진
중앙대학교에서 불문학을, 프랑스 부르고뉴대학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한 후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로 일했다. 주요 전시로 《부드러운 교란, 백남준을 말하다》, 《백남준 탄생 80주년: 노스텔지어는 피드백의 제곱》(공동기획) 등이 있다.

마정연
도쿄예술대학에서 박사학위(영상미디어학)를 취득한 뒤 메이지대학 국제 일본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일본 미디어아트사』가 있다.
■밑줄긋기
나는 TV로 작업하면 할수록 신석기시대가 떠오른다. 왜냐하면 둘 사이에는 놀랄 만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바탕을 둔 정보 녹화 시스템에 연결된 기억의 시청각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하나는 노래를 동반한 무용이며, 다른 하나는 비디오다… 나는 사유재산 발견 이전의 오래된 과거를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 비디오아트는 신석기시대 사람들과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비디오는 누가 독점할 수 없고, 모두가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의 공동재산이다. (107쪽)

아마도 인공위성의 최대의 효용은, 인류 간에 여지껏 없었던 상호관계(인연)을 인공적, 가속적으로 만들어내서 새로운 의식과 의식 사이의 신경적인 네트워크를 창출해 경제와 문화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바이 바이 키플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인연의 이야기, 혹은 겉에 드러나지 않아도 뒤에서 조용히 노력한 사람들, 이름없는 영웅들, 공신들을 다음에 소개해 두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정치는 뜻밖의 연관성을 만든다(129쪽)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 미래를 투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명한 미래학자 허먼 칸은 중요한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2000년에 관한 그의 연구는 여러 재단의 도움으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1967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칸은 자연보호나 환경오염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히피들은 같은 해에 이미 자연보호를 주장했다. 가장 유명한 미래학자인 칸이 길거리 히피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205쪽)

1960년대 자유주의자와 1960년대 혁명가의 차이는 전자가 진지하고 회의적인 성향이었다면 후자는 낙관적이며 즐길줄 알았다는 겁니다. 누가 사회를 더 변화시켰을까요? 내 생각에는 후자입니다. (269쪽)

‘예술과 기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과학적 장난감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변화나는 전자표현방식인 기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281쪽)

사이버네틱스 예술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이버네이티드된 삶을 위한 예술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후자는 사이버네이티드될 필요가 없다. (315쪽)

영속적인 불만은 영속적인 진화이다. 이것이 나의 실험TV의 주요한 장점이다. (380쪽)
■초판 소개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백남준의 책’이다. 유럽의 뛰어난 백남준 연구자 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 에디트 데커(Edith Decker) 두 사람이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의 한글 번역본이다. 번역은 정미애씨가 1차 번역을, 임왕준씨와 김문영씨가 2차 번역을 담당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서구 예술계에서 평생 동안 추구해온 예술 세계의 바탕에 어떤 사상과 발상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기념비적 저작이다. 일종의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으로서 이 책은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 다양한 타입의 글 78편이 수록되어 있다. 글 싣는 순서는 백남준의 삶의 시간을 ‘되감기(rewind)’하듯이 거꾸로 배치한 것이 이채롭다. 즉 시기적으로 현재와 가장 가까운 “미디어의 기억”(1992)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마침내 이 땅에 살았을 때 김소월의 시 <먼 후일>로 작곡했던 1947년의 조숙한 악보에서 끝이 난다. 이러한 목차 구성은 백남준의 삶이 유목민의 전형이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연어의 여행’과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순서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백남준식 용어를 따르면 ‘랜덤 액세스(임의접속)’의 방법으로 보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자유와 인연, 이것이 백남준이 좋아했던 가치였다. 이 책은 단순히 백남준을 해명하기 위한 선집이 아니며, 한 특출난 예술가의 발상과 마주침으로써 새로운 창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영감의 서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말부터 서구의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이 넘쳐날 때, 비서구의 에너지와 소통의 철학을 표현하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추구했던 백남준의 진면목과 정면으로 마주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통속적인 평판으로만 알려져 있는 백남준의 핵심이 이 책에서 때로는 추리소설처럼, 때로는 밀도있는 산문처럼 다가올 것이다.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는 한국에서 백남준 연구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어젖힐 만큼 강렬한 실험과 독창적인 모험의 기록이 가득하다. 그것은 “백남준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백남준이 선뜻 내보이는 자신의 다양한 면모와 관련된다. 즉 서구 아방가르드 음악계에 진입하기 위해 분투하던 음악청년 백남준, 13대의 실험 TV를 직접 다루면서 탄생시킨 비디오 아트의 내막을 들려주는 젊은 날의 백남준, 그리고 미국 공중파 TV 방송국을 넘나들면서 미국의 네트워크 전국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예술로 나아가고 나중에는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촌으로 생중계되는 우주 오페라를 실현하는 풍운아 백남준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재미는 백남준 특유의 솔직함, 위트와 유머에 기인한다. 이 책은 곳곳에 TV나 비디오, 비디오합성기 같은 기계에 관한 전문적인 부분과 당시 서구 예술계에서 유명했지만 우리에게 낯선 예술가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나온다. 그런 점 때문에 몇몇 부분에서 난해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백남준이 다른 예술가들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재치있는 촌평과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매우 재미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백남준이 누구보다 에고가 없는 예술가라는 것이다. 즉 자기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것이 예술가의 ‘이기적 유전자’인데, 이 책의 화자는 항상 자기 아닌 타인을 이야기하면서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백남준은 21세기의 사상가이다.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는 기존의 인간을 넘어선 인간의 삶의 양식을 생각하고, 그런 바탕에서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상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나 위성 아트처럼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예술 활동을 펼쳤는데, 그의 궁극적인 문제의식은 쏟아져 나오는 뉴미디어에 현혹된 타입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삶의 문제, 삶 정치의 장 안에서 다루는 타입이었다.

이 책을 통해 백남준은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이다. 1984년 1월 1일 지구촌의 서막을 연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함께 그는 금의환향했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예술은 무엇인지,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가 꿈꾼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재창조해야 하는 것은 이 책의 출간 이후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유목민이자, 21세기 예술의 선구자로서 백남준을 알고 느끼기 위하여 이 책은 키-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